안녕하세요. 단단한레이나입니다.
2020년 여름, 저는 교수라는 꿈을 접어 서랍에 잘 넣어두고,
댄댄이에게 무슨일이 생길 시 바로 달려 갈 수 있도록 집 근처 아카데미에서의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어요.
처음엔 시간강사로 조심스럽게 출근하던 사람이었죠. 매 강의마다 최선을 다했고, 낯선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제 자리를 지켜냈어요. 그리고 감사하게도, 그해 겨울 저는 정규직이 될 수 있었어요.
그 아카데미는 본사 체계가 잘 잡혀 있는 대형 교육기관이었고, 정규직이 되면서 ‘대리’라는 직급과 함께 ‘학과장’이라는 직책을 맡게 되었죠. 원장님, 부원장님, 그리고 그 아래 학과장. 처음엔 그저 어깨를 조금 더 펴고 일하면 되는 자리인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훨씬 많은 책임과 조율이 필요했어요.
그리고 한 달 뒤, 부원장님이 본사 발령으로 자리를 비우시게 되었고, 원장님 옆 부원장님의 책상은 자연스레 제 자리가 되었어요. 조용히 텅 빈 부원장님 책상 앞에 앉았을 때, 저는 문득 ‘다시 세상의 중심에 들어선 느낌’을 받았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중심에 있다는 건 꼭 편안한 일만은 아니었죠.
부원장님이 본사 발령이 나시고, 원장님마저 인천과 수원 캠퍼스를 동시에 총괄하게 되면서 인천 캠퍼스를 비우는 날들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자연스럽게, 남은 자리는 제 몫이 되었습니다. 원장님이 자리를 비우실 땐 제가 학과장으로서 그 공백을 채워야 했고, 작은 결정부터 중요한 현장 운영까지 더 많은 책임이 제 어깨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어요.
그 무렵, 저는 인포메이션 데스크에 앉아 있던 운영부의 한 여직원을 자주 마주했어요. 아직 20대 초반의, 참 밝은에너지를 뿜으며 책임감있게 일하던 친구였어요. 어느날 그녀는 서류를 정리하며 내게 말했습니다.
전 꼭 성공할 거예요! 여자도 할 수 있어요!
그 말이 낯설지 않았어요. 오히려… 너무 익숙했어요. 그건, 과거의 내가 매일처럼 속으로 외치던 말이었거든요. 나는 그 아이의 반짝이는 눈을 바라보며 마음속 어딘가가 조용히 내려앉는 걸 느꼈습니다.
그제야 알았어요.
나는 이제 피어나는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의 개화를 지켜보는 사람이구나.
언제나 내가 중심이던 나의 20대는 지나고, 나는 이제 누군가의 ‘과거’가 되어가고 있다는 걸요.
슬펐어요.
무서웠어요.
난 다시는 분위기를 주도하는 막내가 될 수 없다는 사실과
세상이 나에게 바라는건 이제 내 나이에 맞는 어른의 모습이라는것때문에요.
그 여직원은 정말 예뻤어요. 누구보다 눈부시게 빛났어요. 외모를 이야기 하는게 아니라 그냥 그 젊음 그 자체만으로 너무 싱그러웠어요. 난 다시는 그 중심에 서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현실이 나를 철저히 무너뜨렸습니다.
그건 질투도, 후회도 아닌, 처음으로 느껴보는 종결의 감정이었어요.
어딘가가 끝나고 있구나.
일은 점점 어려워졌어요. 수업만 잘하면 되는 사람이 아니라 운영시간표도 짜야하고, 학생관리, 수많은 종류의 일지등을 검토하며 본사 서포트 업무도 해야 했어요. 꿈꾸던 저는 온데간데 없고 매일매일이 주어진 일을 쳐내고 허둥지둥 집으로 돌아가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 만 남아있었어요. 그러면서도 매일매일 그 여직원을 볼때마다 너무나도 부럽고, 그 빛나는 젊음에 절 비교하며 우울해져갔습니다.

그날도 여느때처럼 출근하며 페이스북을 넘겨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문득 하나의 글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느 30대후반의 여성을 지칭하며 쓴 글이었어요. 마지막엔 이렇게 쓰여있었어요.
피어나는 꽃의 푸릇함보다 지고있는 꽃의 우아함이 더 아름답다.
아... 저 그순간 왜그렇게 눈물이 났는지 몰라요. 누군가에겐 그냥 하나의 글이었을 수도 있는 그 문장이 저에게는 꼭 힘내라는 위로같았거든요. 난 이제 예쁘지 않지만 아름다울 수는 있겠구나.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야 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했어요.
그러면서 회사에 도착했고 그날도 인포데스크에는 그 여직원이 앉아있었죠.
"학과장님 안녕하세요!"
하는 그 인사에 저도 웃으며 인사할 수 있었어요.
"안녕하세요. 좋은아침이에요!"
이후 저는 제 위치를 자각하고 모든것을 받아들였어요. 아름답게 30대를 맞이하자고 마음먹은 순간부터는 한결 편안해졌습니다.
다음글에서는 교수의 꿈을 대체했던 그 시절의 또 다른 꿈에 대해 써보도록 할게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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